엄마 도시락 싸주세요!
한국외국어고등학교 급식
고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학교에서 오더니 엄마에게 도시락을 싸달라고 한다.
이유를 물어봤다.
아들: 학교 급식이 맛이 없어서 못 먹겠어요!
엄마: 얼마나 맛이 없길래 그런소릴 해! 그냥먹지!
아들: 친구들도 급식 맛없어서 도시락 싸가지고 다녀요!
엄마: 그래? .........
아들: 급식 받아서 먹지도 않고 다 버려요!
엄마: ............
고등학교 입학한지 1달 가까이 되었는데 더 이상 못참고 얘기를 한것 같았다.
평소에 반찬투정안하고 김치 한가지만으로도 밥을 잘 먹는 아이다.
보통 아이들이 싫어하는 파나 마늘, 나물, 청국장 등 거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아이인데 급식이 맛이 없다는 소리를 할 정도면 과연 얼마나 맛이 없길래 그럴까?
아들: 된장국이 맹물 같아요. 싱겁고 아무맛도 없어요!
아빠: 급식이 맛이 없으면 학교 선생님께 말씀 드려야지
아들: 학생주임 선생님께 급식이 왜이렇게 맛이 없고 식기가 더렵냐고 물었는데요.
선생님들도 우리랑 똑 같은 밥 먹으니까 그냥 먹으라고 하던데요!
대답이 좀 그렇다. 곡해하는 것이겠지만 "단체로 먹는 밥인데 맛이 없어도 그냥 먹지 왠말이 그리 많아? "라고 대답하는 그런 느낌이다.
생각같아서는 학교에서 가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학교나 선생님들도 사람이니 맛이 없으면 업체를 바꾸든지 조리사를 바꾸든지 조치를 취하겠지 하고 아이에게는 조금만 참고 먹으라고 했다 .
그런데 4월 급식비 낼때가 되니까 급식비를 내지 말라고 한다.
급식이 맛이 없어서 먹을 수 없으니까 급식비 내지말고 밥은 집에와서 먹고 가겠단다.
집에서 김치하나만 있어도 학교에서 먹는 밥보다 맛있단다.
정말 급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다. 선생님들이 먹는 음식을 다르겠지만 왜 이대로 방치를 하는지 아이의 말만 듣고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인터넷에 올린다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친구들도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맛이 없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한둘은 아닌것 같다.
급식에 대한 내용을 검색중에 인터넷에는 수많은 급식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이 어느 수준인가 알아보기 위해서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사진중 몇개를 골라서 확인해봤다.
학교 급식이 이렇게 나오니?
아들: 이렇게 나오면 몇그릇씩 먹지요!
그럼 너네 학교 급식이 이정도는 되지?
아들: 그보다 훨씬 더 안나와요! 이 정도면 잘나오는 편이죠!
흠.. 그럼 이렇게 나오니?
이거 먹는 밥 맞어?
아들: 맞어요! 비슷하게 나와요! 그래도 저긴 그릇은 꺠끗하네요!
반찬이 맛이 없어서 퍼오지 않았는지 식기의 빈자리가 2군데나 있다. 물론 아이의 학교 급식이 저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다지 잘 나올거라는 생각도 들지않는다. 국물이 허옇고 아무맛도 없다는 표현만으로는 국은 딱 저 사진과 같은 이미지인데 20여년전의 군대밥 같은 느낌이 든다.
며칠전에 다시 급식에 대해서 물었다.
아빠: 학교 급식이 아직도 맛 없니?
아들: 예. 엄마가 눈감고 미역국을 끓여도 그보다는 맛있겠어요!
아빠: 응. 그래
그런데 모든 반찬이 다 맛이 없니?
아들: 고기는 괜찮아요!
고기를 워낙 좋아해서 그럴까? 고기는 맛이 괜찮다고 한다.
얘기하던중에 새롭게 알아낸 사실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 않고 빵을 사 먹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아이가 학교급식 얘기를 할때 평상시 집에서 먹는 밥하고 맛이 조금 차이나서 하는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고 도시락 싸달라는 말을 가볍게 듣고 넘겼는데 밥대신에 빵을 먹는다니..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아파오면서 속에서 울컥하고 뜨거운것이 올라왔다.
맞벌이를 하기에 아침에 아이의 도시락을 싸준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쉽사리 집에와서 밥을 먹으라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 급식도 일종의 단체생활이기에 학교 급식을 안 먹고 따로 먹는것은 일종의 개별활동이 되기 때문에 아이에게 따로 행동하라고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방과후 자율학습을 해서 중식, 석식까지 급식으로 해결하는데 급식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밥을 못 먹는다면 아침외에는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한다는 말인데 생각만해도 속상하고,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쇠라도 소화할 수 있는 만큼 한창 먹을 나이인데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고 당장이라도 학교로 뛰어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다른곳도 아닌 교육의 장인 학교이기도 하고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쉽사리 행동할 수도 없고,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볼까 했는데 회원가입시 학생이름을 적어야 회원가입을 할 수가 있었다. 즉, 신분 노출을 하지 않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며칠째 고민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선생님께서 5월달에 급식이 바뀔거라는 얘기를 하셨다는 것이다. 정말 급식이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한달에 중식, 석식 합해서 11만원씩 내면서도 아이가 밥을 먹지 못한다면 굳이 학교 급식을 먹을 필요는 없는것이다. 아이의 마음까지 상하게 하면서 급식을 먹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더욱 고민스럽고 해결이 어려운 일이었는데 제발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급식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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