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세상!

지하철에서 성추행당한 남자

Kay~ 2008. 4. 22. 00:36

지하철에서 성추행당한 남자가 있었다.

지하철에서 성추행당한 분 계신가요? 아하~ 여자 말고 남자가 말이에요..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퇴근을 하였다. 노량진에서 동인천행 급행전철을 탔다. 급행은 신도림까지는 지하철이 널널한데 신도림에 가면 꽉꽉 미어진다. 구로에서는 그나마 발디딜틈마저 사라진다. 오늘은 지하철이 다른 시간대에 비하여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지하철 성추행

세계일보 뉴스 이미지 캡춰

 

나는 문쪽 첫번째 좌석 앞에 자리를 잡고 서있고, 나의 오른쪽에는 브라우스에 회색 치마를 입은 어여쁜 아가씨가 전화기를 들고 노량진에서 구로까지 계속 통화중이다. 신도림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와서 제각각 본인들이 좋아하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등을 떠미는 힘을 보니 오늘은 사람들이 별로 없나 보다. 내 등뒤쪽에는 나보다 조금 키가 작은 모자쓴 남자가 자리를 잡고 내 왼쪽 조금 앞에는 아주 등판이 넓은 여자가 문간  옆 손잡이를 잡고 책을 보고 있다. 그 등위나 아래나 비교적 평수가 큰 여자 뒤에는 20대 중반의 남자가 가방을 들고 서 있다.

지하철이 덜컹하면서 출발하자 그 남자의 가방이 앞에 서 있는 여자의 엉덩이에 살짝 닿았나보다. 여자가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며 몸을 조금 앞당긴다. 남자는 멋적어서 자기의 가방을 쳐다본다. 사람이 없다 하지만 퇴근시간 지하철은 옆사람과 몸이 밀착 되는 것은 기본이다. 내 오른쪽의 여자는 나보다 키가 조금 컸다. 얼굴도 상당한 미인인데 두손을 앞으로 하여 잡고 있는 내 팔이 그녀의 허리에 걸치듯 접촉되어 있는데 그녀의 몸이 너무도 뜨거웠다. 땀까지 나는지 습한 열기. 이 여자 몸은 왜 이리 뜨거울까.. 가뜩이나 에어콘도 틀지도 않고 더워죽겠는데.. 이러면서 지하철 유리를 통해 그녀의 얼굴을 보는데 그녀 얼굴 뒤에 한 남자가 내 머리위의 손잡이를 잡은채로 미동도 않고 서있는것이다. 뇌리를 스치고 떠오르는 생각, 다시 좀더 자세히 보니 옆의 여자와 그 뒤의 남자는 몸이 거의 붙어 있었다. 그 와중에도 여자는 계속 통화를 하면서 작은 웃음에도 오버액션을 취하며 머리를 숙이고 웃곤 했다. 머리를 숙이면 엉덩이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그냥 봐도 오버 액션이다. 얼굴은 참 이쁘던데..

암튼지 간에 그녀의 몸의 열기에 더워서 땀까지 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지하철이 더운것은 그녀의 몸에서 발산되는 열기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주위파악을 거의 다 할 무렵 내 뒤쪽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 이정도 공간이면 서로의 몸이 닿지 않을 공간인데 뭔가 딱딱한게 엉덩이 살짝 닿았다. 뒷 사람의 손이 닿았겠지..

그런데 지하철이 약간 흔들리자. 이제는 조금더 강하게 느낌이 온다. 어랏?
이 느낌은 손가락처럼 딱딱한 느낌하고는 사뭇 다르다.. 이런 젠장... 이게 뭔일이래...
속으로 에이 모 이런경우가 다 있어. 분명 내 뒤에는 모자쓴 남자가 서 있는데.. 뭐지?
더워죽겠는데.. 그래서 조금 앞쪽으로 몸을 이동했는데 이제는 좀더 과감하게 밀착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읔! 이런 호모 쉐이~

온몸에 느껴지는 소름.. 아니 여자라면 기분이라도 좋지.. 왠 남자넘이 이게 뭔일이야...
이게 바로 호모인가? 그렇게 난 그 넘한테 성추행을 당해야 했다. 내 평생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다. 가끔 용감한 아줌마들이 들이대는 경우는 있었지만.. 동성에게 이런짓을 당하다니..
정말이지 기분 xx다.

뒤를 돌아서 그넘의 상판을 보고 한마디 하려다가 갑자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넘이라고 그러고 싶을까? 오죽하면 그럴까? 참자...
이 넓은 아량으로 저 불쌍한 넘을 위해 참자...
그리고 다시 몸을 약간 틀었더니 그 넘도 더 이상 덤비진 않았다..
지하철에서 성추행당한 남자! 바로 나다.
에잇..정말이지..오늘 저 재수없이 당한거 맞죠?

참고로
여자분들 역시도 지하철에서 남자들이 비비대면  그 즉시 거기에 반응하여 몸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살짝 고개를 돌리든지.. 아니면 몸을 약간 움직여서 그 사람에게 싫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여자가 몸을 살짝 돌리거나 피하면 대부분의 이상한 남자들은 더 이상 다가가지 않을것이다.
아무 반응이 없으면 좋은줄로 착각하고 계속 들이댈것이니..
여자분들.. 알아서 행동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