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세상속에 나

고향에 가지 못한 아들, 설연휴 내내 마음만 불편

Kay~ 2009. 1. 28. 01:31

고향에 가지 못한 불효자, 설연휴 내내 마음만 불편

해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1년에 3번씩 꼬박 꼬박 시골 고향에 내려가곤 한다. 고향에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1년 3번으로는 너무 부족하여 항상 마음은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추석이나 구정때 고향에 내려가려면 3시간 거리를 빨리 가야 6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명절 연휴가 짧거나 눈이라도 내리는 경우에는 고향에 도착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신에게 맡겨야 할 정도로 빨리 도착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이번 구정은 연휴기간이 짧아서 내려갈일이 내심 걱정이었는데 연휴내내 서해안, 호남, 충청지역에 눈이 내린다는 뉴스를 접하다 보니 고향에 내려가는 것이 괴로움 그 자체였다. 중부고속도로도 없고 서해안고속도로도 없고,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없던 시절 서울에서 전주까지 고속버스로 24시간 걸려서 내려갔던 기억과 태백산에 가던 중에 길에서 한바퀴 돌았던 아찔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인지 눈오는 날이면 미리 겁부터 나기도 하였지만 이번 구정연휴는 눈이 제법 많이 내린다는 말에 내려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1월24일 토요일 오후쯤에 출발계획을 잡고 준비하는데 뉴스에 들리는 소식은 날씨도 추운데다 폭설주의보와 끝도 없이 막혀있는 고속도로 화면밖에 없었다. 출발직전까지도 빙판길을 달려 고향에 갈 자신이 없어 내려갈까 말까 고민을 해보지만 고향에서 기다릴 부모님을 생각하면 꼭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고향에 내려가야 한다는 마음 이면에는 고향에 내려가기 싫은쪽으로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명절때만 내려가는데 그깟 눈좀 온다고 안내려갈 수가 없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눈이 많이 내려고 위험하니까 내려오지 말라는 전화였다. 자식된 도리로 어머님이 그런 전화를 해도 내려가야 하는 것이 도리일진데 난 옳거니 하고 말잘듣는 아들마냥 내려가지 않기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날씨도 춥고 눈까지 내리는 귀성길의 교통지옥속에서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하니 마음이 너무도 편해지고 기분까지 좋아졌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아 몸도 마음도 편하게 연휴를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는데 편하고 개운한 기분은 불과 몇시간 가지 못하고 내 마음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티비를 통해서 들려오는 귀성길 소식, 형제들이 고향에 내려가면서 언제 오냐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내 마음은 부모님께 죄를 지은듯한 마음과 형제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밖에 들지않아 시골로 전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쩌다 전화만 해도 반가워하시는 부모님은 일년에 한두번 보는 자식과 며느리, 손자를 보기 위해서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리셨을텐데 내몸 하나 편하자고 눈이 많이 내린다는 핑계로 내려가지 않았으니 말은 안 하시지만 부모님께서 얼마나 섭섭해하실지 보지 않아도 명약관화하다.

고향이 없어서 가지 못하는 사람,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아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깟 한파와 폭설때문에 고향에 가지않은 내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번 주말(31일)에 찾아뵙는다고 했지만 형제들과 부모님께 죄송스러워 연휴내내 심기가 불편하여 하루도 맘 편히 쉬지도 못한것이 죄를 받는듯한 기분이었다.

빨리 주말이 와서 고향으로 달려가 부모님을 찾아뵙고 반가워하시는 부모님 얼굴을 뵈어야 마음이 편할것 같다.

어머니! 며칠만 기다리세요! 이번 주말에 꼭 찾아뵙겠습니다.